ERP 개발과 도입이 어려운 이유
프로그램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. 사람 사이가 어려워요. 25년 동안 제가 본 것 중에 자주 나오는 것만 적어요. 어느 회사 얘기가 아니라 어디서나 나오는 얘기고, 저도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.
만드는 쪽과 쓰는 쪽이 틀어져요
개발사는 "말씀하신 대로 만들었다" 하고, 회사는 "이게 아니다" 해요. 둘 다 맞아요. 담당 직원분은 업무를 말로 하고, 개발사는 그 말을 화면으로 바꿔요. 말과 화면 사이에 빈 데가 있고, 그 빈 데를 서로 다르게 채워요. 그러다 "돈 받았으면 해 줘야지", "범위 밖이다" 가 되고, 그때부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감정 싸움이에요. 이게 제일 흔한 실패예요. 프로그램이 나빠서가 아니라, 처음에 종이 한 장을 같이 안 적어서요. 그리고 하나 더요. 서로 존중이 없으면 종이가 있어도 안 돼요. 개발사가 회사 업무를 우습게 보면 "그냥 이렇게 쓰세요" 가 나오고, 회사가 개발사를 업자로만 보면 "돈 줬으니 해" 가 나와요. 둘 다 그 순간 끝이에요. 담당 직원분은 그 일을 매일 하는 분이고, 만드는 쪽은 그걸 화면으로 옮기는 사람이에요. 서로 배울 게 있어요. 그걸 아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프로그램이 살아남아요.
"한 번 누르면 다 되게" 해 달라고 해요
담당 직원분은 바쁘니까 그렇게 말씀하세요. 마음은 알아요. 그런데 "다" 안에는 선택이 수십 개 들어 있어요. 반품은 어느 날짜로, 단가는 어느 걸로, 재고는 어느 창고에서. 한 번에 다 되게 만들면 그 선택을 프로그램이 멋대로 하는 거고, 석 달 뒤 숫자가 안 맞는데 왜 그런지 아무도 몰라요. 버튼 하나가 편한 게 아니라, 누르면 뭐가 되는지 아는 게 편한 거예요.
업무 흐름과 프로그램이 안 맞아요
회사마다 일하는 순서가 달라요. 어디는 출고 먼저 하고 전표를 나중에 끊고, 어디는 전표 없이는 물건이 안 나가요. 기성 프로그램은 자기 순서를 강요해요. 그러면 직원분이 프로그램을 속이기 시작해요. 날짜를 바꿔 넣고, 가짜 전표를 만들고. 그 순간부터 숫자는 못 믿어요. 프로그램이 틀린 게 아니라, 회사 순서와 프로그램 순서가 달랐던 거예요.
처음엔 엑셀이랑 같이 써요
켜는 날부터 엑셀을 끊으라고 하면 다들 겁나요. 그래서 한동안 둘 다 해요. 그러면 일이 두 배가 되고, "이거 왜 하냐" 가 나와요. 당연해요. 한 달쯤 둘 다 하다가 프로그램 숫자가 엑셀과 맞는 걸 몇 번 보면 그때 엑셀을 놓아요. 그 한 달을 견디게 해 주는 게 도입이에요. 그리고 그 뒤가 진짜예요. 창고 재고, 거래처별 원장, 미수금 현황이 쌓여요. 쌓일수록 좋아져요. 작년 이맘때 재고가 얼마였는지, 이 거래처가 몇 달째 미수인지, 묻지 않아도 떠 있어요. 엑셀로는 못 하던 일이에요.
처음엔 반대가 심해요
7년째 같이 하는 회사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어요. "지금도 되는데 왜", "이거 배울 시간 없다". 그 회사가 지금은 없으면 안 된다고 하세요. 정말 쓰게 되니까 오히려 일이 줄었고, 숫자가 맞는다고요. 바뀐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간이에요. 반대는 정상이에요. 넘어가는 건 사장님이 "이걸로 간다" 고 몇 주만 버텨 주실 때예요. 직원 투표로는 안 들어가요.
그래서
이 다섯은 프로그램을 바꿔도 또 나와요. 사람 사이 문제라서요. 알고 시작하면 반은 피해요. 몰라서 당하는 게 제일 아까워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