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범용 ERP 가 안 맞는 이유

유리 수입·유통 회사 하나를 7년째 같이 하고 있어요. 처음에는 그 회사도 범용 ERP 를 썼어요. 못 쓸 건 없었는데, 매일 엑셀 하나가 옆에 따라다녔어요. 왜 그런지 보니까 다섯 군데가 비어 있더라고요.

1. 배에 실렸는데 아직 안 들어온 물량

범용 ERP 는 발주 다음이 바로 입고예요. 그런데 수입 유리는 발주하고 입고까지 한두 달이 걸려요. 그 사이에 "선적됐다", "통관 중이다", "창고 도착 전이다" 단계가 있어요. 영업은 그 물량을 보고 거래처에 "다음 주에 들어와요" 라고 말해야 하는데, 화면에는 발주 수량만 있고 어디쯤 왔는지는 없어요. 그래서 통관 현황, 미통관 현황을 따로 만들었어요. 발주 → 통관 → 미입고 → 입고가 한 줄로 보여요.

2. 깨진 유리

재고가 줄어드는 이유가 범용 ERP 에는 둘뿐이에요. 팔았거나, 폐기했거나. 유리는 하나가 더 있어요. 깨졌어요. 지게차로 옮기다 깨지고, 프레임에서 꺼내다 깨지고, 거래처 가는 길에 깨져요. 이걸 폐기로 넣으면 "왜 폐기가 이렇게 많냐" 가 되고, 안 넣으면 재고가 안 맞아요. 파손 현황을 따로 뒀어요. 언제, 어느 창고에서, 몇 장이 깨졌는지. 월말에 파손만 모아서 보면 어디서 자꾸 깨지는지 보여요.

3. 유리를 담아 보낸 철 프레임

유리는 그냥 못 보내요. A 자 모양 철 프레임에 세워서 보내요. 그 프레임이 거래처에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데, 안 돌아오는 게 꽤 있어요. 프레임 하나가 수십만 원이에요. 범용 ERP 에는 이런 개념이 아예 없어요. 상품도 아니고 소모품도 아니니까요. 프레임 입출고 화면을 만들어서, 어느 거래처에 몇 개 나가 있는지 보게 했어요. 회수 안 된 게 몇 개인지 한 눈에 보여요.

4. 창고 어느 자리에 섰는지

유리는 크고 무겁고, 세워서 보관해요. 그래서 "창고에 있다" 로는 부족하고 "창고 몇 번 자리에 있다" 까지 알아야 꺼낼 수 있어요. 범용 ERP 에서 로케이션 관리는 보통 큰 물류회사용 상위 요금에 있어요. 직원 열 명짜리 유통상이 그걸 쓰진 않죠. 그런데 유리 유통상은 작아도 로케이션이 필요해요. 그래서 창고 안 자리를 기본으로 넣었어요. 이고(자리 옮김)도 같이요.

5. 들어온 묶음의 불량

수입 유리는 묶음(크레이트)으로 들어와요. 열어 보면 긁힘이나 기포가 있는 장이 섞여 있어요. 이걸 공급사에 클레임하려면 "몇 월 며칠 들어온 어느 묶음에서 몇 장" 이 있어야 해요. 범용 ERP 는 입고 수량만 남아요. 불량은 메모 칸에 적거나 엑셀로 따로 세죠. 불량 전표를 만들어서 입고 묶음에 붙였어요. 불량률 보고도 거기서 나와요. 공급사별로 어디가 불량이 많은지 보여요.

그래서

이 다섯 개는 유리를 수입해서 파는 회사면 거의 다 겪는 일이에요. 범용 ERP 가 나빠서가 아니라, 모든 업종이 같은 화면을 쓰니까 이런 건 못 넣는 거예요. 저는 한 회사 업무를 7년 듣다 보니 이 다섯 개가 화면에 들어가 있어요. 같은 일을 하시는 회사라면, 엑셀 옆에 두고 쓰시는 그 일이 아마 이 다섯 개 중 하나일 거예요.

[사진 자리: 통관 현황 화면] [사진 자리: 프레임 입출고 화면]